“ 밀양 (Secret Sunshine, 2007) ”

바람난 남편이 사고로 죽고, 아이마저도 유괴당해 죽은 여인이 있다.
이 박복한 여인의 곁에는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당연하게 떠 있는 햇빛처럼, 그 남자도 그 여인의 곁에 있다. 하지만 이 의미를 깨닫기에는 그녀의 인생은 남다르고, 그녀의 의식은 여전히 저주와 슬픔으로 가득차 있다.
슬 픔을 토해낸 카타르시스를 영적인 구원으로 착각하고, 애써 자신을 속이던 그녀는 다른 의미에서 모든 삶의 방식이 그러했었다. 바람난 남편에 대한 사실을 애써 부정하고, 서울에서 내려와 돈을 좀 가진척 행세하던 그녀는 모든 의미에서 속물이었다. 그런 그녀는 그럼에도 다른 이들을 부정하고, 속물이라고 놀리며 자신을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작 자신의 속물근성은 들여다보지 못한채 도시인의 세련됨으로 위장한 그녀의 허위의식은 끝까지 그녀의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교회의 사람들에게도, 그를 따라다니는 남자에게도, 그리고 그녀 자신에게도 그녀는 그렇게 모질게 굴 수밖에 없다. 구원이 갖고있는 그 '수동성'이 스스로를 구원해내려는 능동적인 의지를 가로막는 순간들을 영화는 그렇게 기록한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박복한 현실에 몰렸을 때의 절박하고도 추악하며, 한편으로는 가여운 발악이 바로 '밀양'에 가득 담겨있는 것이다.
구원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이 영화는 어디에나 있는 햇빛이 남루한 마당의 한 구석을 조용히 비추는 것으로 끝날 때, 비로소 주인공 신애의 입으로 말한 '비밀스러운 햇빛'의 그 속내를 드러낸다.
어디에나 있는 그 소박하고, 진실한 것들은 결코 쉽게 눈에 띄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것들은 결코 우리를 붙잡아 끌지 않는다. 하지만 보려하는 자에게는 보이는 것처럼, 신애도 언젠가는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의 그 부박함이 그런 것들을 모두 가리고 있기에, 그리고 우리들 자신들이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그 희망은 이내 염려로 변한다.
그 안타까운 현실과 작은 희망, 그리고 염려가 이 영화에 담겨있다. 구원에 대한 잔인하고도 열정적인 주제를 담고 있지만, 그렇기에 이영화는 다른 의미로 멜로영화로 보인다.
사람과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비현실적 순간과 그 사랑에 대한 끝없는 인정투쟁이 멜로영화의 본질이라면, 인정투쟁의 가장 극점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그런의미에서 멜로영화이기 때문이다.
모든 허위의식이 벗겨지고, 날 것이 된 그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은 얼마나 비현실적이기까지 한지... 그렇기 때문에 그 지점에서 이영화는 송강호의/김종찬의 영화로 읽힐 수도 있기에 또한 흥미롭고 새로웠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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